정릉종합사회복지관 상황으로 살펴본 현 민간위탁 한계와 요구

2022. 5. 13. 09:01푸른복지/복지생각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상황으로 살펴본 현 민간위탁 한계와 요구]


[요약]
현 관립민영 민간위탁은 이미 30년 이상 오래된 방식
현 방식의 불합리함은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올 수밖에 없어
법률을 근거로 계약하는 젊은 세대의 문제제기는 더 거세져

이미 현장에는 관장이 되길 기피하는 분위기가 퍼져
여러 대형 민간 법인은 이미 관립민영에서 손 떼고 벗어나는 중
자칫 을, 병, 정끼리 탓하다가 정작 갑을 놓치지는 말아야

관에게 소유자로서 책무성, 감독권 강화를 요구 
민간위탁의 취지에 맞게 민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 


정릉종합사회복지관 관련 요구 :
성북구청은 소유자 및 책무자로서 
정릉복지관이 안정화될 때까지 직접 권한을 발휘해야 
(안정화되어 신규 법인 선정 시까지 한시적 직접 운영 방안을 제안) 



[들어가며]
안쓰러운 건 약자끼리 싸우는데 
정작 소유자이자 책무자는 뒷짐 지고 불구경하는 겁니다. 



[현 관립민영 방식은 30년 정도 된 낡은 방식 ]
관립민영은 현재 많은 복지기관의 운영 방식입니다. 
(*다른 형태는 ‘민립민영 + 정부 보조’가 있겠지요.)

관(또는 공, 지차체 등. 이하 관)이 복지기관을 소유하되, 
운영권한을 민간법인(이하 민(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그럼 관은 왜 굳이 민(법인)에 운영을 부탁하는가.
본질로는 창의력, 유연성 등 때문입니다. 
(*관은 획일성, 경직성 등의 제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복지실천이 창의력, 유연성 등이 없으면 
복지기관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관립민영]
하지만 현실은 본질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관은 복지기관 운영을 민(법인)에 ‘위임’, ‘부탁’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어쩌면 골치 아프고 힘든 걸 민(법인)에 ‘하청’ 주듯 통으로 떠넘기고,
관은 뒤에서 보조나 하면서도 성과까지 챙기는 수준인 거 같습니다. 

사실 대규모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사회복지관을 의무 건설한 게 80년대 말, 90년대 초부터 입니다. 
이때 대규모 관립민영 방식이 자리했고 현재 약 30년이 흘렀습니다. 

이런 방식이 그간 그냥저냥 통했기에 다들 유야무야 넘겼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만큼 사회변화와 여기저기 충돌 중입니다. 


[엄격성의 요구]
사회가 체계화되면서 법적 기준 등의 적용이 엄격해졌습니다. 

단군 이래 최고 고등 교육 세대가 현장에 진출하면서
법률이 보장하는 권한 등을 참지 않고 요구합니다. 
(1990년 대학진학률 약 30% → 2000년대 68% → 2008년 83%)

좋은 게 좋은 거고, 좋은 일 하니 편의를 봐주는 관행은 옛일입니다. 
이제는 법에 따라 명확한 계약 관계를 따지는 시대입니다. 

이런데 정작 소유자이자 책무자인 ‘관’은 면피적으로 대응합니다.    
민(법인)에게 더 엄격하게 운영하라며 ‘관리 및 규제’를 강화하면서,
관 본인은 책무가 없는 것처럼 ‘민(법인)’ 뒤에 숨습니다.   

여기에 ‘민(법인)’은 복지기관에 ‘관장, 원장 등(이하 관장)’이 있으니, 
관장에게 더 엄격하게 운영하라며 ‘관장’ 뒤에 숨습니다. 

하지만 실상 ‘관장’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제한된 권한만 갖습니다.  
(*몇몇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관장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논외입니다.) 

결국 ‘관’은 ‘민(법인)’ 뒤에 숨고, ‘민(법인)’은 ‘관장’ 뒤에 숨되, 
관장은 권한도 없이 책임만 큰 상황입니다. 부당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복지기관에 엄격성을 요구하는 게 앞으로 좀 줄어들까요?
더 엄격해지고 정교해지면 모를까 결코 줄지는 않을 겁니다.



[약한 고리부터 조금씩 무너지는 상황]
낡은 관행이 엄격성을 요구받으니 약한 곳부터 무너집니다. 


첫째, ‘관장’
최근 들어 현장에서 ‘관장’이 된다는 건,
다른 뜻으로 정규직에서 계약직이 된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수십 년 현장에서 일한 최종 종착지가 ‘계약직’이라면 
누가 좋아라 하겠습니까?

최근 들어 ‘관장’되기를 꺼리며 마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간관리자 개인으로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반응입니다. 


둘째, ‘민(법인)’
예전에는 관행에 따라 여러 편의를 이해받았지만, 
법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요구는 관장 및 민(법인)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민(법인)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은 면피하기 위해 관리 및 규제를 강화합니다.
편의가 통할리 없는 타 분야는 민(법인)의 책무를 엄격히 따집니다.
세법상의 국세청, 노동법상의 노동부 등의 법률 처분이 거셉니다. 
더하여 젊은 세대의 노동법상 법적 요구도 거셉니다. 

실례로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사한 직원이 초과근무 수당을 못 받았다며
소를 제기하였고, 억 단위를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겁니다. 

이에 대해 민(법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전국 흐름 판단이 가능한 여러 대형 법인은 발 뺀 지 오래입니다. 
그중 오직 민립민영 즉 자가 건물인 복지기관만 유지할 뿐, 
나머지 관립민영은 이제 민(법인)에겐 매력이 없습니다. 

학교법인 등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복지기관은 학교 법인에겐 홍보 등 도움은 안 되면서, 
엄격성 요구는 커지니 학교법인 등에겐 귀찮을 뿐입니다. 


 
[흐름 못 읽는 관의 미봉책] 
이런 상황에서 관에서는 관리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만 합니다. 

이는 ‘민(법인)’이 더 빨리 떨어져 나가라고 몰아세우는 셈인데,
일단 자기 면책을 위해 생태가 무너지든 말든 
나중 일은 외면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런 와중에 근래 서울시는 주거복지센터가 서울시 소유이니, 
일방적으로 위탁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일방 행보를 보였습니다. 
관의 소유권을 명확히 한 겁니다.
 
운영하는 민(법인)은 교체 가능한 하청업체 취급을 받았습니다. 
정규직 직원도 실상은 계약직이라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이 상황을 본 다른 ‘민(법인)’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이제 ‘민(법인)’에게 민간위탁은 점점 골치 아픈 일일 뿐입니다.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민(법인)은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고 위탁을 반납했고, 
관은 계속해서 수탁법인 모집 재공고만 내는 상황입니다. 
재공고가 잦아질수록 소유자인 관에게 책무가 돌아갈 겁니다. 

정릉복지관 상황은 좁게 보면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복잡합니다만, 
수십 년 스케일로 크게 보면 앞서 설명한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요구합니다]
관립민영의 위탁 방식을 현재처럼 유지하면서 
현장이 조용하기를 바라는 건 허무한 바람으로 보입니다. 

문제를 유발하는 방식은 그대로 둔 채 
열심히 하면 해결될 거라 믿는 건 멍청한 판단입니다. 
(제 말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관이 소유자, 책무자로서 역할을 명확히 하기를 요구합니다. 

관립민영의 소유자는 관이고, 관이 최종 책무자입니다. 
어느 때는 민(법인)에 운영을 위탁했으니 그저 보조자라 말하고,  
다른 때는 본인이 소유자이니 계약 해지하겠다는 건 자기모순입니다. 

하지만 관이 앞으로도 계속 보조자처럼 지내고 싶다고 해도 
현재 관장, 민(법인)의 약한 고리가 점차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복지기관의 생태계는 점차 빈약해질 겁니다.
결국 관의 책무는 더 큰 비용을 치르며 뒷수습하는 일이 잦아질 겁니다.  
따라서 관의 책무를 명확히 요구합니다. 그게 유익하기도 합니다.

만약 관이 소유자로서 책무를 명확히 하면, 
관이 민(법인)에게 떠넘긴 과도한 부담이 줄고, 
민(법인)이 관장에게 떠넘긴 부담도 연쇄적으로 줄 겁니다. 

특히 현재 관장은 권한도 없으면서 무한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부당하며, 이를 바꿔야 합니다. 

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민(법인)의 책무를 명확히 해서
관장은 기업의 전문경영인처럼 명확히 고용된 지위로서
주어진 권한에 따른 책무만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따라서 지금 현장의 주체는 서로 누구의 탓이 더 큰가를 따지며
을, 병, 정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큰 그림 속에서 관의 부담 전가를 떠안는 민(법인), 관장, 직원이
본질적 개념에 맞게 관의 책무를 명확하게 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이를 관에 요구합니다.  



둘째, 관은 소유자로서 엄격한 감독권을 발휘하되, 

민간위탁 취지에 맞게 민(법인)의 자율권을 최대 보장하길 요구합니다.  

민간위탁의 본질은 창의성과 유연성 등입니다. 
그런데 온갖 일상적, 세부적으로 지도 점검 및 평가 따위가 반복되면서 
민간위탁의 본질을 훼손합니다. 

그럴거면 굳이 민간위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획일적, 경직성을 요구할 거면, 말만 민간위탁일 뿐
사실은 부담되고 귀찮은 일 값싸게 하청 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관은 소유자로서 불법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독권을 발휘하되, 
합법 영역에는 민(법인)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길 요구합니다. 
이게 민간위탁의 본질과 취지에 부합합니다.


[성북구청에 요구합니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성북구청이 소유자이자 최종 책무자입니다. 
정릉복지관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권한을 발휘할 것을 요구합니다. 

권한 발휘 방안은 여러 개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중 하나로 
복지관이 안정화되어 새로운 민간 법인 위탁이 완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접 운영(관장 관선 파견 등)할 것을 요구합니다. 



[별론 : 공영성과 공공성을 구분해야]
저는 관이 운영하면 무조건 공공성이 확보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건 양쪽에 '공'이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혼동하는 겁니다. 

'공동의 이익'을 뜻하는 [공공성 강화]와 

'운영주체가 관(공)'인 걸 뜻하는 [관(공)영성 강화]는 다른 뜻입니다. 

관(공)이 운영하는 곳에서도 공공성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민(법인)이 운영하는 곳에서도 공공성에 기여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관영은 곧 공공성이고, 민영은 곧 사익성. 
이렇게 이분화할 수 없습니다. 이건 근거가 부족한 주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영 운영 방식도 시도해볼 만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만,
공영의 이유가 무조건 공공성 확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