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관 성장 역사 : 실적과 규모 그리고 예속화

2009. 6. 24. 09:58푸른복지/복지와 경영

  

예속화되는 복지, 자율성을 잃는 복지

 

보조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복지기관은

보조금을 주는 곳에

예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조금을 주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실적, 숫자를 요구합니다.

그것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기관끼리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로

실적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정작 복지기관은 왜 일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복지기관은

보조금 주는 곳을 만족(?)시키기 위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을 받습니다.

 

복지사는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을만큼 바쁘고,

1년 후, 아니 한 달 후 사업 방향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하루살이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와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또 그 가치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채 그냥 열심히 일하고만 있습니다.

 

 

 

 

사업 실적과 보조금의 악순환 관계

 

위와 같이 일하다 보니

사업 실적을 신경씁니다.

 

사업 실적을 높여야

보조금 경쟁, 나아가 재위탁 심사에서

뒤쳐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업 실적을 높여

보조금을 많이 받아낼수록

그에 걸맞는 사업 실적을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게다가 기관의 방향도

이러한 악순환을 더 강화시킵니다.

 

실적을 많이 만들어내서

보조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관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사업을 늘리는 것이고,

보조금을 더 받으면

이에 걸맞게 사업을 더 늘려야 하는 것입니다.

 

 

 

 

보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되는 예속화

 

저는 '돈 주머니가 독립해야 진정 독립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실적 경쟁 -> 보조금 확대 -> 실적 경쟁 -> 보조금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복지기관의 독립성은 점차 훼손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체 수입은 한정되어 있으면서도

보조금 확대에 익숙해지다보니

어느 덧 자체 수입의 비중이 점차 낮아졌습니다.

 

보조금 많이 받으니 무조건 좋기만 할까요?

 

 

 

자체 수입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니

즉 돈 주머니가 점차 의존적이 되었으니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예속화가 등장할 것입니다. 

 

어느 한 쪽에 의존성이 높아지면

예속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보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보조금 주는 곳의 기준에

스스로를 묶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 올해도 복지관은

실적과 평가에 목매여서 하던 일 다 멀리하고

서류와 전산입력에 매달리고 있지요.

 

이렇게 실적과 평가에 목메는 현상이

앞으로 더 약화될까요?

예속화가 더 심해지는데 과연 나아지겠습니까?

 

 

 

아이러니입니다.

실적과 규모를 늘리는 날을 세우다 보니

자신을 해치는

양날의 검 또한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보조금의 확장에서 오는

실적과 규모의 덫에 빠져버린 것은 아닌지...

 

이제 돌아설 때입니다.

 

왜요?

보조금 확장의 시대는 끝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조 : 지방채 발행 급증과 복지 실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