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의 공진화와 주기성

2013. 5. 30. 06:39모음집/복지와 생태

환경은 개체에 영향을 주고, 

이에 개체는 자기생성을 통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환경은 다시 개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개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은 

나선형 순환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이 공진화입니다. 


공진화가 이루어지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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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정적 질서


A라 불리는 특성이 같은 세 개체가 있습니다. 




각 개체는 각자 자신의 환경과 공진화합니다. 


그런데 각 개체의 특성은 A로 동일하더라도

개별로 상호작용하는 환경은 일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다른 환경이 있기 때문에 

공진화 초기에는 각 개체가 다른 방향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각 개체가 개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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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화의 초기 


공진화가 이루어질수록

각 개체의 차이는 점차 커집니다. 

개별 환경과의 공진화가 누적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랜시간이 지나면 모두 A로 볼 수 없을 만큼 차이를 가집니다. 

그래서 A, B, C와 같이 다른 이름을 붙여 명명합니다.  


결국 공진화가 이루어질수록 '분화'합니다.  


분화가 이루어지지만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분화 후 재조합을 통해 얻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실질적 유익은 아직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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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화의 성숙


1차 분화, 2차 분화를 거치면서 구성요소가 매우 다양해집니다.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재조합을 통해 풍성한 결과를 얻을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만큼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성과를 얻습니다. 

체계가 풍성해지고 발전하고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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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도한 분화


하지만 분화가 계속되면 어떨까요?

3차, 4차를 거쳐 n차 분화가 이루어지면 어떨까요?




구성요소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복잡해진다는 뜻입니다. 


체계 내 개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어느 지점부터는 혼란스럽습니다. 

게다가 재조합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므로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쯤되면 체계가 수용할 수 있는 복잡 수준을 넘어섭니다. 

체계가 '혼돈'으로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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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질서 또는 완전히 해체


체계가 혼돈으로 진입하면,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혼돈 가운데서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연결 속에서 

'재조직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듭니다.  


새롭게 재조직한 체계는 이전의 체계와 다릅니다. 

하지만 안정된다는 점에서는 이전 체계의 초기와 유사합니다. 


또 하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 못하고 '완전히 해체'되는 것입니다. 

무더기로 모여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 못한 채 

해체 상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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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설명을 따라오셨다면 

일정한 패턴이 보일 것입니다. 


안정적 질서 → 분화초기 → 분화의 성숙 → 혼돈 → 새로운 안정적 질서 (or 해체)


그런데 어디서 본 것처럼 익숙하실 것입니다. (이전의 글을 잘 읽어오셨다면..)

바로 홀링의 순환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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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성장 : exploitation) - k(보존 : conservation) - Ω(해체/이완 : release) - α(재조직화 : reorganization) 또는 x(경로이탈)


사용한 용어는 다르지만 의미는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생태계도 체계의 특정 영역이므로 유사한 주기를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체계는 위와 같이 주기성을 갖는데, 

체계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명합니다.


평형 구조 → 준평형구조 → 활성구조 → 혼돈구조 → 평형구조 (or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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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체계학에서 말하는 혼돈구조, 

홀링의 생태순환주기에서 말하는 해체/이완 단계 등을 새로운 의미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흔히 혼돈, 해체/이완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체계가 성장하고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중의 일부로 보아야 합니다. 


혼돈, 해체/이완을 거치지 않고 

새로워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속해서 성장, 보존 단계에 머무르려 한다면

이는 완결 구조를 갖는 것인데, 

이는 역동적 순환을 거부하는 것이고, 오히려 죽음에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어쩌면 파국적인 경로이탈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체계는 주기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기성에 따른 발전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체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체를 맞닥들였을 때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재조직화해낼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해체를 피하려고만 한다면, 계속 성장과 발전에만 머무르려 한다면

오히려 죽음에 가까워져 새로운 질서로 도약하는 것을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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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6328710001059 [본문으로]
  2. 참조) 앎의나무, 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갈무리 [본문으로]
  3. 참조) 시스템학, 박창근, 범양사출판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