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생활교사의 새로운 연결 기능은?

2009. 10. 9. 21:44과거 활동 보관/팀블로그

 

네트워크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가능케 한다

 

<네트워크 혁명, 열림과 닫힘 p.29>

 

 

네트워크의 '새로운' 연결 기능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의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네트워크와 관련된 부분은 '자원봉사' 영역입니다.

 

거주시설에는  여러 유형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갑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연간 6~7천 명이나 다녀갑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여섯 명과 모두 관계를 맺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자원봉사담당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도 하고,

생활재활교사가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자원봉사영역은 시설방침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여서

직원 개개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방법은 직원마다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1년에 6~7천 명이 다녀가다 보니 미리 계획하지 않고

갑작스런 방문으로 급박하게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전에 공유되어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방문이 결정되어,

장애인과 생활재활교사가 어떤 활동을 할지 사전 논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방문하였을 때

함께 활동할 장애인 당사자와 상의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남지만

기관방침이 있으므로 아쉬움이 있더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럴 때 기관의 방침을 존중하되 저의 방법을 씁니다.

 

우리 기관에 처음 방문한 경우

혹은 저와 살고 있는 장애인과 만남이 처음일 때

너무 지저분해 지금 당장 치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청소 등 노력봉사 위주의 활동은 잠시 뒤로 미루어 둡니다.

 

주로 서로 인사하며 대화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봉사자가 아니라 장애인이 살고 있는 가정에 찾아온 손님으로 맞이합니다.

 

손님맞이 하는 시간을 통해,

손님을 대하는 예절, 자기소개방법, 대화하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활동이 중심이 아니라 관계가 중심이 됩니다.

 

차를 마시며 공통의 관심사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뀝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데 오히려 내가 받아간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섬이라는 다소 제한된 환경에 속해 있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함께 이야기나누고 차마시는 것 또한

훌륭한 봉사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 분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넓은 의미의 봉사활동입니다."

"다만, 오늘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분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섬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이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자원봉사활동라는 기존 생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저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처음 근무할 때는 일방적으로 배치되는 자원봉사활동이 반복되어

자원봉사활동을 치루어 내는 느낌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이들의 봉사활동이 장애인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의미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