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체계와 엔트로피 : 자생, 공생, 소박한 사회사업

2013. 4. 30. 08:00모음집/복지와 시스템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열역학 제 2법칙으로 불리는데, 

열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외부 간섭이 없는 한 열에너지가 낮은 곳에서 다시 높은 곳으로 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없게 전환된 에너지를 '엔트로피'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예로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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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컵에 담아 놓으면 

이 열에너지는 아직까지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물의 온도는 떨어집니다. 

온도가 떨어진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열 에너지가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전환되어 흩어진 셈입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전환된 만큼을 엔트로피가 증가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외부의 작용이 없는 이상 

컵에 담긴 물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는 일은 없습니다. 

역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뜻에서 이를 '비가역'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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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의 개념이 알려지면서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를 체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체계에는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이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또 자생하는 과정에서 폐물 에너지로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반면 외부 작용이 없는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저절로 다시 늘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에너지와 물질 측면에서 닫힌 폐쇄체계2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결국 해체됩니다.  

비가역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계가 개방체계3일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체계 외부로부터 체계를 유지할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체계 내부의 폐물이 된 엔트로피는 체계 외부로 방출하되,

새로운 에너지를 내부로 끌어들여 작동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체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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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해체되는 것은 기본 흐름입니다. 




둘째, 체계의 해체를 늦추거나 유지 또는 발전시킨다는 것은 

해체라는 기본 흐름에 저항하는 내부 작동 즉 자생에 의합니다. 





셋째, 자생은 공생이 없으면 지속 불가능합니다. 

개방체계가 아니면 즉 외체계와의 접속과 교환이 없으면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외체계와의 공생이 없으면 자생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공생이 전제 되어야 비로소 자생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공생이 있어도 너무 많은 폐물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식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개방체계에서는 에너지를 공급 받을 뿐 아니라 폐물 에너지를 외체계로 방출합니다. 

에너지를 많이 받아들이고 소비하여 폐물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해당 체계에는 유익합니다. 

하지만 이로써 외체계를 빠르게 해체시킵니다. 

외체계가 해체되면 결국 구성 체계 또한 해체됩니다. 



따라서 체계를 지속하려면 소박해야 합니다. 절제해야 합니다.

체계 내부에서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요, 부족한 만큼만 외체계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함이 돌고 돌아 스스로를 해체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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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체계는 기본적으로 해체되는 흐름을 가집니다. 

생태체계도 그러하고, 생태체계의 구성요소인 당사자체계도, 환경체계도 그러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체계는 개방체계이므로 해체라는 기본적 경향에 저항하여

질서, 조직, 생성하는 내부 작동 즉 자생성이 존재합니다.  


물론 때로는 기본적 경향에 못미치는 자생으로 인해 

겉보기에는 무기력해 보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실제로 쇠퇴합니다.  


하지만 쇠퇴해도 내부에는 저항, 작동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작다해도 자생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늙음과 죽음은 다릅니다. 

늙음은 해체되는 속도에 비하여 자생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해체만 있고 자생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살아있는 체계는 

비록 해체되는 듯 보여도 자생이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적어도 자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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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업은 어디에 집중할까요?

해체라는 기본적 흐름에 압도되기 보다, 

이에 저항하고 대응하는 자생에 우선 주목합니다. 


당사자체계가 해체라는 기본적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찾고 이를 살리도록 돕습니다.4 

동시에 자생력을 유지하도록 생태체계로부터 에너지 등을 공급합니다. 

이를 위하여 생태체계의 공생성을 살리는 것입니다. 


생태체계의 공생으로써 당사자체계의 자생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다만 당사자체계와 생태체계 모두 가급적 폐물 에너지를 적게 발생하는 체계가 되도록 돕습니다. 

외체계로부터 에너지와 물질을 최소한으로 가져오는 체계가 되도록 돕습니다. 


그렇지 않고 외체계로부터 조달하면 조달할수록 

체계는 자생성이 약해집니다. 

당사자체계가 자생성을 잃을수록, 

생태체계가 자생성을 잃을수록 

그 부담은 각자의 외체계에 전이됩니다. 


외체계의 부담은 해체로 이어지고, 

이것이 생태체계를 위기로 만들고, 당사자체계를 위기로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소박해야 합니다. 절제해야 합니다. 

가급적 체계 내부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5 

이것이 전체 속에서 모두를 살리는 사회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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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09/03/090326215100.htm [본문으로]
  2. 물리학에서는 고립계 [본문으로]
  3. 물리학에서는 에너지 측면에서 열려있는 폐쇄체계, 에너지와 물질 모두 열려있는 개방체계 [본문으로]
  4. 지금은 사회사업으로 돕습니다만, 앞으로 당사자 체계를 전문으로 돕는 사람들이 등장할수록 이 영역은 사회사업의 영역에서 희미해지리라 봅니다. [본문으로]
  5. 창발 [본문으로]
  6. 참조) 인간의 인간적 활용 : 사이버네틱스와 사회, 노버트 위너, 텍스트 [본문으로]
  7. 참조) 쉽게 읽는 루만, 마르고트 베르크하우스, 한울 [본문으로]
  8. 참조) 시스템학, 박창근, 범양사출판부 [본문으로]
  9. 참조) 앎의나무, 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갈무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