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사소통의 역설 : 지역과 대면 의사소통의 중요성

2013. 6. 18. 08:00푸른복지/복지와 인문사회

주요 의사소통 방식이 대면 의사소통에서 비대면 의사소통으로 달라지면서 

사회의 지역성과 위계성이 현저히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지역사회, 대면 의사소통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대면, 지역성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나, 

역설적으로 위계는 높아진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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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시간 흐름에 따른 의사소통 방식의 등장과 위계성을

도표로 표현한 것입니다. 





최초의 의사소통은 행위로 이루어졌습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해당하는 얼굴표정, 행동 등을 가리킵니다. 


이후 언어가 등장하면서, 문자가 등장하면서 

나중에 나온 의사소통 방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현재는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의사소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대면 의사소통은 이전에 비하여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것이 피상적으로 본 파악입니다. 

이런 피상적 파악에 따라 앞으로 대면 관계는 없어질 것이고,

모두 인터넷 등을 통한 영상 통화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할까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만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여 여기저기에서 모임이 많아지고

대면 관계에 더 열광하는 듯 보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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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음성 및 영상, 문자 등을 통한 비대면 의사소통은

확산성에서는 매우 훌륭한 매체입니다. 

하지만 진실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기에 부족합니다. 


이와 같이 의사소통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사람들은 그 부족함을 이전 의사소통 방식으로 보완하고 확인, 확정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비대면 의사소통이 아무리 활발해져도 

역설적으로 오해는 더 일상화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면 오해는 오히려 더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의사소통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와 진실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비대면 의사소통의 경우 

기본적으로 진실성과 의도를 어느 정도 제한하여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진실성과 의도를 명백히 확인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대다수의 경우에는 비대면 의사소통 이전에 사용하던 의사소통으로 

진실성과 의도를 명백히 확인하고 확정하려 합니다. 


즉 직접 만나서 

대면 의사소통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확정하려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보다는 음성 및 영상을 통해, 

음성 및 영상보다는 문자(문서)를 통해,

문자(문서)보다는 대화를 통해,

대화보다는 그 사람의 비언어적 대화를 통해

확인하고 확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과거에 사용하던 의사소통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계가 높아지는 셈입니다. 

비대면 의사소통을 확인하고 확정하는 상위의 위계를 가지는 셈입니다. 

다만 그 비중이 줄어들어 영향력이 적어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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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및 언어를 통한 대면 의사소통의 위계가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지역이 다시 중요해집니다. 


직접 대면하려면 물리적 거리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직접 대면하려 해도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면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난다 해도 거리가 너무 멀면

그 빈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관심사에 따라 모임이 만들어지되, 

오프라인 모임은 주로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바로 대면 의사소통은 물리적 거리의 제한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깊은 의사소통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히려 온갖 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 지역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래 그림은 실리콘밸리의 입주기업 지도입니다. 

벤처기업하면 비대면 의사소통을 선호할 것 같지만, 

기업 발전과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대면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 지역에 모이는 역설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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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역성이 다시 중요해졌다 해서 

과거의 사회에서처럼 

같은 지역이라 하여 무조건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사에 따라 비대면 의사소통을 이루되, 

깊은 관계는 지역이라는 '장소'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때로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를 스스로 구성하여 모이는 경우도 많아질 것입니다. 



정리하면 

대면 의사소통은 그 비중이 줄어들지언정 중요성은 결코 약화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높은 위계로 올라가 필수적이 됩니다. 


지역성 또한 그 비중이 줄어들지언정 중요성은 결코 약화되지 않습니다. 

대면 의사소통이 필수적인만큼, 지역성 또한 그 중요성은 계속 유지됩니다.


따라서 대면 의사소통과 비대면 의사소통의 관계성과 중요성,

이에 따른 지역과 가상공간의 관계성과 중요성 등을

현실성 있게 통합하여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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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미지 출처) http://industryland.or.kr/web/bc/foreignDev/foreignDevDetail.jsp?p_id=27 [본문으로]
  2. 참조) 쉽게 읽는 루만, 마르고트 베르크하우스, 한울 [본문으로]
  3. 참조)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홍성욱, 들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