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기능 표준 제시에 대한 우려 : 표준을 버려야

2019. 10. 4. 15:56푸른복지/복지생각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상황에서는
표준을 제시한다는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표준을 제시하는 방식은
확실성과 단순성의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방식이다.
소위 전형적인 제조업 상황에서만 적합한 방식이다.

반면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은 상황에서 표준이란
오히려 변화에 대한 적응력만 낮춰
계획대로 한다 한들 엉뚱한 결과만 초래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전형적인 제조업과는 별도로
비전형적인 서비스업에서는
표준을 버리고 오히려 수정형 적응형 운영 방식을 적용한다.

명확한 목적만 가지되,
이에 따른 목표와 평가도 통계적으로 추정 범위 정도로만 설정하고,
방법은 일단 시작하며 상호작용 속에서 언제든 수정, 적응하는
복잡적응계 방식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표준이라는 것이
불확실성과 복잡한 상황에서는 맞아 떨어지지도 않고,
그대로 한다고 성과를 낼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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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복지계 특히 복지관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전형적인 제조업보다 훨씬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과거 건물 내에서 회기를 정해 한정된 인원에게
프로그램을 지원할 때는 그나마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작았다.
그래서 프로그램 기획과 평가라는 전형적인 방식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조차 잘 쓰지 않는다.
한국적 느낌에 따라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는
이미 현실과 잘 맞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라고 하는가?
건물 바깥으로 나가서 불특정 다수 주민과 당사자를 만나고,
당사자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받을 뿐 아니라
심지어 결정권도 당사자와 주민에게 돌려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현재 사회복지관이 진행하고 추구하는 사업 방식이다.

즉, 담당 사회복지사라 해도 결정되어 확실한 것은 거의 없이
현장에 나가서 직접 수정하고 적응하며
목표든, 방법이든, 평가든 순환적, 반복적, 재귀적으로
복잡적응하며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가 도입되는데,

지역사회 통합돌봄 자체도 지역별로 다르게 기획 진행된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복지관이 처한 상황
즉,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은
전형적인 제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커졌고,
IT기업 등 웬만한 서비스업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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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여전히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여전히 몇 대 기능이라는 식으로 제시하려 하고,
그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일하는지 방법까지 제시하려 한다. 


만약 방법까지 규정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의도다. 


이름이 내용을 규정하고 인간은 이에 속박된다. 


예를 들어 사례관리팀이라고 하면, 

사례관리자는 주로 사례관리 방법을 주로 쓰려 하지,

지역복지방법을 쓰려하지 않는다. 

스스로 다른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복지라는 이름을 정하면
이에 따라 방법은 한정되기 마련이고,
사례관리라는 이름을 정하면 또 한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상은 칼로 무 자르듯 딱 분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나뉘어져 있고 이에 따라 팀도 나뉘어져 있다보니,
중첩되는 경우에는 서로 업무 떠넘기기가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큰 상황에서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기능과 방법을 정해주면,
오히려 적응성이 떨어져 결과는 더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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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이 내려오면
현장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 상황을 무시하고 주어진 대로 일하며
결과엔 무관심한 채 난 주어진대로 열심히 했다고 면피하거나,

둘, 상황에 맞추다보니 표준을 무시하고 성과를 보고 일하되,
여전히 표준에 따르는 평가에서 온갖 불리함을 감수하다
결국 위험해지거나

이러면 보통 무엇을 선택할까?
대다수가 전자를 선택한다.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현장 실무자는 무엇을 느끼는가?

현장 실무자는 기관에서 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방법이
현장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주어진 기능에 따른 특정 방법으로 해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성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과정은 특정 방법을 고수하다보니
결정권을 주민과 당사자에게 온전히 넘겨드리지도 못한 채
실상은 본인이 뒤에서 다 조정했다는 자괴감을 느낀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한숨과 함께
이런 방식으로는 실무자로서 성장도 못하겠다는 불안함이 든다.

그러다보니 복지관은 젊은 사회복지사가 선호하는 대상에서
이미 이탈한지 오래다.



이들이 사회복지학과 학생에게도 와봐도
너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증언하고,

이에 따라 유능하고 열정있는 인재는
이미 NGO나 국제기구, 공무원만 선호한다.



단순히 젊은 계층이 세속적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전히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에는 젊은 계층이 몰려든다.


이를 보면, 
열정있는 인재가 보기에는 꿈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지,

단순히 세속적이라서 그런 것이 전부는 아니다. 



열정있는 인재가 외면하는 유형. 

그런 분야가 앞으로도 잘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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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을 과연 현장의 전문성 부족으로만 탓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사회 현실 즉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진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복지관의 기능과 실천방법을 특정해서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근본 전제부터 이미 모순을 유발했기 때문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위에서 말한 어려움을
어떻게 전국 사회복지관 실무자들이
상당 부분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을까?

소수에게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이는 개인차라 볼 수 있겠으나,
전국적으로 다수에게 어려움이 일어나는 패턴이 보인다면,
최소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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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자율성에 따라 이종간 결합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자유롭고 유연하게

실천방법을 선택 수정(폐기) 적응하여
결과적으로 사회 변화(혁신)를 이루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특정 기능과 방법을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함으로써
또다시 방법론을 한정시키는 것.

이는 전형적으로 일하는 관의 사고방식에 가깝다.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이런 방식으로 사회복지관이 일했는데,
이로써 얻는 결과는 무엇인가.

복지관하면, 관의 하부조직 정도로 인식되고,
사회혁신 분야에서는 복지관을 플레이어로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국적인 상황이라면,
이는 민의 특장점이 무엇인지,
이를 살리는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근본적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표준을 정해주기엔, 

이미 당사자와 지역사회는
현장사회복지사 감당할 수 없을만큼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큰 상태이고, 



현장 실무자는 오늘도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복잡성 앞에 쩔쩔매고 있다.

현장의 고통이 너무 크게 들려온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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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유발한 사고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