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종합화의 한계

2010. 8. 27. 09:00모음집/복지포지셔닝

복지 종합화의 한계

 


종합사회복지관의 약점
복지도 종합화 전략의 매력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전략입니다.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적용한다면 독이 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문어발, 슈퍼마켓, 백화점 나열식이라 들릴 수 있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사례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의 종합입니다.

종합이라는 넓은 영역으로 인해 복지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넓으면 약한 법입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종합’이라는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너무 포괄적 개념이라서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특히 각 세부 영역별로 자신이 주인이라고 외치는 경쟁상대가 생겨나면서 종합사회복지관은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종합이라는 영역이 약할까요?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떠오르는 기관을 선택해 보십시오.

 

‘아동’하면 어디가 떠오르십니까?  아동복지관  VS  종합사회복지관

‘아동학대’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VS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하면?    장애인복지관  VS  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하면?    노인복지회관  VS  종합사회복지관

‘국기법’하면? 동주민센터  VS  종합사회복지관

 

종합이라는 영역에 매여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은 아이덴티티 규정 및 영역 선점에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정체성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많이 말합니다. 


이는 개별 하위 영역 모두 다른 곳에 비하여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자 종합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좀 더 실체적인 상황을 비교해 볼까요? 
종합사회복지관에도 장애인복지 담당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한 명이 다른 사업도 겸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복지] + [다른 복지] 이와 같이 겸임하는 것입니다.

 

여성복지 담당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복지] + [다른 복지]와 같이 겸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하여 장애인복지관은 어떻습니까?

직원만 몇 십 명입니다.

여성회관은 어떻습니까?

건물도 따로 있고 직원도 여러 명입니다.

말만 종합사회복지관이지 장애인복지만 따로 떼어 장애인영역으로만 한정하여 비교하면

장애인복지관과 경쟁하기에는 규모가 약하고,

말만 종합사회복지관이지 여성복지만 따로 떼어 비교하면 여성회관과 경쟁하기에는 규모가 약합니다. 


평생학습, 청소년복지, 아동복지, 자활 등…….

종합사회복지관이 수행하는 각 영역별로 강력한 비교우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전략일까요?

이 전략이 진정 힘의 원리를 거스르겠다는 말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결국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 주민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폴더도 점령하지 못한 채 단지 ‘좋은 일’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민의 머릿속에는 종합사회복지란 영역도 없고, 폴더도 없습니다.

다만 ‘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좋은 일하는 곳’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사회복지에 대한 공격
보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복지 자체는 어떠할까요?

사회복지는 핵심적인 영역을 소유하고 있을까요?


그동안 사회복지는 다양한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 영역별로 세분화되고, 각 분야별로 공격을 받으면서 힘을 잃고 철수하고 있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처럼 사회복지 또한 너무 넓은 영역에서 핵심영역을 선점하지 못한 채 열심히 일만 해왔기 때문입니다.

 

같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을 선택해 보십시오.
‘청소년’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청소년지도사 VS 사회복지사
‘여성’하면?     여성회관 VS 복지관
‘평생학습’하면?    평생교육사 VS 사회복지사
‘상담’하면?    상담사 VS 사회복지사

'치료'하면?    치료센터 VS 복지관
‘노인요양’하면?    노인요양 VS 노인복지


무엇입니까? 종합사회복지관의 예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복지 또한 종합사회복지관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복지가 다양한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해 왔었지만, 이제 각 영역별로 전문성을 주장하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것입니다.

각 영역별로 따로 분리하여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각 영역별 상황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개별적으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각 영역에서 철수하는 영역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지 않은 채 넓은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활동하면서 가지게 되는 위험입니다.

즉 종합사회복지관이 빠졌던 종합화의 함정에 사회복지 또한 빠져버린 것입니다.


이와 같이 환경이 변화되자 사회복지계 내부에서는

도대체 사회복지가 무엇이고, 사회복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넘치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회복지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지금이 위기상황이라는 것이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만 인식할 뿐 왜 어떤 이유에서 위기가 발생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종합화 전략이 매우 매력적인 전략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종합화를 하려면 그만큼 엄청난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하위 카테고리에까지 넉넉한 자원이 전달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자원을 필요로 하는 전략이 바로 종합화 전략입니다.


그런 점에서 종합사회복지관이든, 사회복지든 정체성, 아이덴티티, 포지셔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넓은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을 통해 필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실제로 필요성을 인정받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분화되고 하위 분야별로 경쟁자가 등장하자 오히려 넓은 활동을 해온 것이 약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성공한 방식이 현재에도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사회복지, 종합사회복지관의 존재이유를 만들었던 전략이라 해서 현재에도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정당성이 지금의 정당성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의 변증법’입니다.

 

 


종합화 전략이 과거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한 전략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종합화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세부 영역별로 하나하나씩 경쟁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조용한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므로 사회복지는 종합화 전략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과연 종합화전략이 앞으로도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과연 효과적인 전략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상당기간 종합화 전략은 미뤄두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이미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가 겪는 위기만으로도 배운 점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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