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사협회 선거 후기 - 완벽하고 철저하게 처참하게 패했다.

2014. 2. 27. 12:43과거 활동 보관/2017 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 유권자 운동



출마자 문제가 아닙니다. 
출마자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하고 그래야 마땅합니다. 
출마자 모두 지역주의에만 의지하지 않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지역에서 후보가 나왔어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모두다 정책선거를 안 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 다 정책 선거에 임했다면 이미지와 같은 결과가 나올리 없습니다.

문제는 유권자 즉 우리 복지사입니다. 
https://www.facebook.com/masilbyul/posts/723896530978261?stream_ref=10

자료 출처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현장의소리 2257번 글 : 투표소별 득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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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하게 진 경우는 근래 들어 처음이다. 
이토록 철저하게 패한 것도 처음이다. 

현실이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판단했던 
나 자신의 안일한, 잘못된 현실 인식이 패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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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패하고 무엇이 이겼는가?

정책 선거가 철저히 패했다. 
연줄 선거에 처참하게 패했다. 

아니 이 정도면 
정책 선거는 씨가 말랐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아니 이것도 부족할지 모르겠다. 

내가 충격을 받아 과하게 표현하는 것일지 모르나,
지금 심정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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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 선거 즉
혈연, 지연, 학연, 인연 선거가 아니길 바랐다. 

그래도 이 시대 사회복지사는 
다른 이들보다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을 귀히 여기는 줄 알았다. 

평상시 프로젝트 제안서에 그렇게 적어내리고, 
평상시 사업설명 때 그렇게 자주 언급하는 
그 가치를 스스로도 귀히 여기는 줄 알았다.

물론 혈연, 지연, 학연, 인연 선거가 
이 시대 한국에 매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사회복지사 또한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도 최소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정책 선거일줄 알았다. 
연줄의 영향 속에서도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의 족적이라도 소수라도 남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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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역별 판세를 보면서 좌절한다. 
특히 후보와 연관이 있는 지역별 획일성을 보며 깜짝 놀란다. 
모두는 아니나 몰표도 이런 몰표가 없다.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연줄에 지배당하는 줄은 몰랐다.

연줄은 배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지배당할만큼
사회복지사의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의 의지가 약한 줄 몰랐다. 

철저하게 연줄로 이루어진 선거 판세를 접하니,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의 족적은 커녕
흔적도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이 살아있다면, 
이토록 지역별 획일성이 나타날리 없다.

모두다 정책선거를 안 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다 정책 선거에 임했다면 이렇게 나올리도 없다.

완벽하게 패했다. 
철저하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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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현장 복지사는 그렇지 않은데, 
한사협 의결기구가 대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줄 알았다. 

현장 사회복지사의 수준을 
대의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여겼다. 

전국 다니면서 만났던 그 많은 복지사.
당사자의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을 신념이라 주장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클라이언트 즉 남에게 그러한 가치를 강조하고 적용한다면, 
최소한 자신에게도 그 가치는 소중할 것이라 여겼다. 

자신에겐 귀히 여기지 않는 것을 
남에게만 강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클라이언트도, 자신도 속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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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착각이었다. 패착이었다.
이제야 근본 원인을 직면했다.

연줄에 지배당할만큼
스스로의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이 허약함을 직면했다.

철저하게 연줄에 의해 치뤄지는 선거 판세를 보니, 
집단지성은 고사하고 집단사고에 빠져있음을 알았다.

구성원이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을 잃는 순간
집단지성은 곧 무서운 집단사고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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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연줄에 기반한 집단사고로 치뤘다. 
연줄로 결정을 미리 내리고 
논리는 다른 이에게 빌려오고, 
빌려오고 주워들은 논리로 서로 치고 박고 싸웠다. 
그러니 당연히 일방적 주장과 아집이 넘쳤다.

내가 사용하는 근거가 의존적인데, 
어떻게 성찰이 있고, 어떻게 수용이 있겠는가?

내가 찾고 내가 만든 근거가 아닌데, 
도대체 빌려온 근거를 어떻게 수정하겠는가?

빌려온 근거는 조금만 수정해도 와르르 무너진다.
내가 만든 근거는 수정할 수 있으나, 
빌려온 근거는 수정이 곧 오류로 귀결된다.

결국 한치도 물러설 수 없음은 
내가 만든 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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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회사업의 근본 위협을 느낀다. 

지금 회장 선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겐 너무나 사소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사회복지사 스스로 그토록 강조하는 
자생, 자립, 자주, 주체성이 이토록 약하다면, 
어떻게 실천하겠는가?

스스로 자생, 자립, 자주, 주체로 살아본 경험이 미천하면서, 
어찌 남을 도울 때 자생, 자립, 자주, 주체로 돕겠다 하겠는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듯, 
자신이 주인으로 서본 사람이 남을 주인답게 돕는다. 
자신이 주인으로 서본 경험이 없으면서, 남을 주인답게 세우기 어렵다. 

결국 사회사업의 중대한 위협이자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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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지역별 선거 판세를 보면 누구나 연줄 선거로 분석하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자신이 연줄 선거였음을 고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줄 선거였음을 스스로 인식하지만 
부끄러워 차마 고백하지 않는다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인식조차 못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 모른다면
자신은 정책 선거로 임한 줄 착각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모두다 정책선거를 안 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다 정책 선거에 임했다면 이렇게 나올리도 없다.

누군가는 연줄 선거를 했는데, 이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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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돌아보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지사 일상에서

특히 기관에서도, 
사회사업에서도, 

자신의 사고와 선택으로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복지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돌아본다.

기관에서 자기 삶을 사는 복지사가 얼마나 될까?
사회사업에서 자기가 원하는 실천을 하는 복지사가 얼마나 될까?
자기가 실천하는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서술할 기회를 갖는 복지사가 얼마나 될까?

기관에서 시키는 대로 대신 일해주고,
지시하는 대로 떨어지는 일을 실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말할 기회도 없이 그냥 실천만 하고....

쉬는 날이 끝나면 죽을 만큼 싫은 마음으로 기관 시설로 향하고, 
시키는대로 사업을 수행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자존을 지켜야 한다고 윽박지를 수 있을까.
현실 앞에 자존을 버리는 경우가 일상에서 얼마나 허다할까.

일상이 이러한데, 
특별한 경우에서는 자존을 지킬 것이라 여겼던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내 자신이 철저히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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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패했다. 
겉으로는 정책 선거가 연줄에 패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삶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더 깊게는 일상을 가치롭게 지키는데 실패했다.

나의 현실 인식이 아직도 미천함을 느낀다.

더 근본으로 내려가야 함을 느낀다.